[기고] 고소‧고발을 둘러싼 직역 갈등,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대법원, 고소·고발 사건 관여한 노무사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고소·고발 수사 사건’의 대리, 법률상담, 문서작성 등은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포함 안 된다.
근로감독관이 수행하는 수사는 개별 노동관계 법령에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수사절차의 일환이다.
변호사와 노무사 간의 끝없는 직역 다툼의 반복

[기고] 조인철 | 기사입력 2022/01/23 [18:40]

[기고] 고소‧고발을 둘러싼 직역 갈등,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대법원, 고소·고발 사건 관여한 노무사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고소·고발 수사 사건’의 대리, 법률상담, 문서작성 등은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포함 안 된다.
근로감독관이 수행하는 수사는 개별 노동관계 법령에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수사절차의 일환이다.
변호사와 노무사 간의 끝없는 직역 다툼의 반복

[기고] 조인철 | 입력 : 2022/01/23 [18:40]

                                       ▲ [출처=pexels]  © 시사더타임즈

 

 2022113일 대법원 제3(주심 노정희 대법관, 재판장 김재형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A씨에게 내려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54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성수제 판사)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는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으나, 검사의 상고로 이어진 6년여 간의 긴 심리 끝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다.

 

A씨는 지난 20085월경부터 20094월경까지 의뢰인들과 체불임금등에 관해 법률상담을 한 후 의뢰인의 회사 대표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위반을 이유로 한 고소장을 작성해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 등에 제출하고, 20094월경 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조정법위반으로 고소당한 의뢰인 회사의 대표 명의로 답변서를 작성해 이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했으며, 그 대가로 이들로부터 착수금 내지 성공보수금 명목으로 980여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취급하는 수사 사건에 관련된 법률상담, 법률관계 문서 작성을 하고 금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A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에 관하여 대리·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등을 취급하거나 알선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노무사법상 신고 등의 대상이 기존의 행정기관에서 관계 기관으로 확대 된 점, 근로기준법에 근로자가 사업장의 법 위반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처리할 신고사건의 범위에 고소·고발도 포함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위반 사안에 대해 근로감독관에게 고소·고발을 할 수 있으며 그에 관한 서류의 작성도 대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하고, 형사 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노동 관련 부처에 대한 행정적인 사건의 처리만을 노무사의 직무 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도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범인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는 고소·고발은 노동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과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근거한 것으로서 고소·고발은 노무사가 수행할 수 있는 신고 등의 대행 또는 대리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고소·고발장의 작성을 위한 법률상담도 노동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수행하는 수사 역시 개별 노동관계 법령에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형사소송법상 수사절차의 일환이라고 할 것이므로, 노동조합법위반으로 고소당한 피고소인이 그 수사절차에서 근로감독관에게 답변서를 제출하는 행위 역시 노무사법에 따라 노무사가 대행·대리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그 답변서가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모든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노무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법인의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제1심과 제2심 판결의 무죄 취지에 따라 노동관계 법령위반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의 업무를 수행해 온 많은 노무사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한 노무사는 노무사가 대리하는 임금체불 등의 진정 사건역시 사용자에게 임금을 청구하는 사건이 아니라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 사건이며, 애초부터 처벌의 의사가 포함된 고소·고발 사건이라고 해서 노무사가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와 노무사 간 직역 갈등의 되풀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행정심판을 담당했던 노무사와는 별도로 소송대리권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사건을 담당한 노무사가 아닌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는 경우 사건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이중으로 발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행정심판을 담당했던 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나홀로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한변호사협회는 노동행정소송과 관련된 노무사의 관여를 실질적인 소송대리 행위로 보고 있다.

 

노무사에게 노동행정사건의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노무사법 개정안이 2006(17대 배일도 의원 외 11), 2011(18대 김성순 의원 외 13), 2013(19대 김광진 의원 외 10) 각각 발의됐으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끝내 모두 폐기되어 노무사의 직역 확장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20168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노무사법 개정안은 공인노무사의 직무에 진정을 넘어 고소·고발사건에 관한 진술을 포함해 논란이 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노동법률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한 노무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실도 있다. 지난 20219월 검찰이 200만 원의 구약식 결정을 했고 법원은 약식명령을 발부했지만 해당 노무사는 이에 반발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대형 로펌들이 노무사를 대거 영입하며 기존 노무 시장을 침범한다고 판단한 한국노무사회는 202271일부로 법무법인·법률사무소에 고용된 노무사들에게 직무개시등록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의 사용인이 되거나 다른 전문자격사의 법인 또는 사무소에 고용되어 노무사법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자격 대여행위, 업무의 소개·알선행위, 무자격자의 이익금지 등 노무사의 직역 침범 관련 시장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라고 했다.

 

직역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사건은 노무사가 처리할 수 있지만 고소·고발 사건은 노무사가 처리할 수 없다는 논리는 무색하다. 근로기준법위반 수사 사건 중 진정서(陳情書)가 접수되어 근로감독관이 범죄사실을 인지하게 된 때 진정인에게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진정인이 처벌을 원한다는 선택을 하게 되면 처음부터 고소·고발을 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된다.

 

근로감독관이 담당하는 고소·고발 사건의 업무처리를 노무사가 수행할 수 없다면 노동관계 전문가인 노무사의 역할은 위축될 것이다.  

 

[기고 : 조인철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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